Dasim의 세상사는 이야기 Dastory.

2009년 12월 15일 화요일

퇴각신호의 혼란

삼국지에서 장비는 성격 급한 장수로 유명하다. 이를 잘 간파하고 있던 파군 태수 `엄안`은 성안에 틀어박혀 약올리기 작전을 쓴다. 장비가 싸움을 걸어와도 일절 상대하지 않았던 것. 참다 못한 장비가 묘책을 짜냈다. 공격 신호인 북소리와 퇴각 신호인 징소리를 서로 바꿔 적군을 혼란스럽게 한 뒤 일거에 성을 차지했다. 장비가 작전에 성공한 것은 아군들로 하여금 바뀐 신호를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서 사인이 안 맞았다면 적군보다 먼저 자멸했을지 모를 일이다.

지난해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서 우리 경제는 극적인 반전을 경험했다. 연초만 해도 한국전쟁 이후 네 번째 마이너스 성장을 우려했지만 다행히 지금은 세계에서 경제 회복이 가장 빠른 나라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한국은행이 재정과 통화부문에서 적절한 정책대응을 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경제정책을 놓고는 당국자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은은 적절한 시점에 출구전략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반면, 정부는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고 되뇌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당국자의 엇갈리는 말 한마디에 채권 수익률(금리)이 하루에 수 bp씩 왔다 갔다 하는 게 벌써 몇 달째 이어지고 있다.

퇴각에는 질서가 있어야 한다. 나가 싸우라는 것인지 물러서서 때를 기다리자는 것인지 신호가 분명해야 한다. 현명한 장수라면 퇴각 신호인 징소리에도 말미에 북소리 암시를 섞을 것이다.

정책 당국자들에게 현명한 장수의 지혜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최소한 진퇴 신호의 혼란만은 없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싶다. 징소리에도 공격하고 북소리에도 공격한다면 차라리 아무 신호도 보내지 않는 편이 낫다. 더 큰 정책효과를 보려다가 신호 혼란 때문에 자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제부 = 한예경 기자 yeaky@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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