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sim의 세상사는 이야기 Dastory.

2009년 12월 1일 화요일

시간을 찾아서

시간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신비로운 순간들이 있다. 고되게 산을 올라 산봉우리에 도착했을 때, 눈앞에서 거대한 파도가 부서질때, 정신없이 일에 몰두할 때, 사랑에 빠졌을 때... 그런 시간앞에서 미래의 계획과 현재의 걱정과 과거의 기억은 그 의미를 잃는다. 시간은 정지해버린 듯, 이미 벌어졌던 일과 앞으로 벌어질 일이 모두 순간 속에 녹아든다. 유한한 신체를 넘어 더 커다란 어떤 것의 일부가 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죽마고우와 신나게 옛날 일을 회상할 때, 정신없이 일에 몰두할 때는 몇 시간이 몇 분처럼 훌쩍 지나간다. 마지막 지하철을 놓치거나 점심시간을 넘겨버리는 일도 다반사다. 하지만 어느 순간 어쩔 수 없이 시간을 의식하게 되고, 그럴 때는 단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서운하다.

이제 시선은 시계에 가서 머문다. 시계의 마력이 가끔은 고통스럽게 느껴진다. 작가 W.G 제발트는 언젠가 "이어져 있는 60분의 1시간을 미래로부터 분리해 낼 때마다 목 베는 칼처럼 생긴 시곗 바늘이 앞으로 진격한다"고 표현했다.

아무도 시계 앞에서는 자신을 숨기지 못한다. 시계는 어디에나 있다. 시계는 우리의 삶을 조종한다. 우리는 빠듯한 일정에 쫓기며, 하고 싶어도 선뜻 실행에 옮길 수 없는 일들을 아쉬워한다. 어떤 때는 마치 소용돌이에 빠져 질질 끌려 다니는 기분이다. 하지만, 이런 분주함에 대한 보상은 주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바쁜 날들은 기억에도 별로 남지 않는다. 마치 시간이 흔적 없이 지나가 버린 듯, 마치 그 시간들을 영원히 잃어버린 듯하다.

우리는 시계가 있는 것을 아주 당연시한다. 우리는 시계를 신의 대리자로 여긴다. 우리 모두는 신비스런 우주시계의 박자가 우리 삶을 결정하고 손목시계의 초침이 이런 박자를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하여 간혹 잊어버리고 시계를 보지 않는 경우 그 때의 일이 꿈이었나 생시였나 의심하기도 한다.

미국의 정치가이자 발명가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시간은 인생을 구성하는 재료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인생의 시간이 정말로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과 동일한 것일까? 어떤 때는 시간이 날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시간이 무한히 늘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큰 바늘은 언제나 변함없는 속도로 빙빙 돌고 있다. 마치 물리적인 시계와 맞 물린 또 다른 제2의 시간이 존재하는 듯하디. 우리 안에서 만들어지는 시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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