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네덜란드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스피노자는
자신의 철학을 정당화하기 위해
기하학 증명 방식을 동원하는 것이 가장 설득력 있다고 보았다.
스피노자의 `기하학적 순서로 증명된 윤리학`은 자명한 진리에서 출발해
논리적인 추론에 의해 `모든 것은 신`이라는 범신론을 이끌어 낸다.
이처럼 수학의 개념이나 수학을 연구하는 방법론은 수학 외 분야에서 요긴하게 사용된다.
수학의 증명은 처음에 전제한 몇 개의 정의와 공리와 공준에 기초해 명제들을 증명하고,
한 번 증명된 성질은 이후의 명제를 증명할 때 이용할 수 있다.
증명을 하는 과정에서 임의적으로 성질을 받아들이면 증명이 쉽게 끝날 수도 있지만
수학에서 그런 편법은 용인되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수학은 명백하고 기본적인 사실을 토대로
논리적 추론을 거쳐 새로운 명제를 연역하는 방법의 전형을 제시한다.
실제 미국 `독립선언문`은 수학의 증명 방식을 따라 서술되었다고 해석된다.
`독립선언문`은 미국이 영국에서 독립하는 것의 정당성을 보이기 위해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생명과
자유와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비롯한 몇 개의 자명한 진리에서 출발한다.
인간이 이런 기본권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정부를 새로 조직할 권리가 있는데,
영국 국왕은 미국에 대한 악행과 착취를 통해
인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으므로
미국은 새로운 정부를 조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독립선언문`은 미국이 영국에서 독립해
국가를 세우는 것이 정당함을 입증하기 위해
공리와 같이 명백한 사실에서 출발해 논리적으로 추론해 나간 것이다.
수학 연구와 법에 따른 판결 사이에도 상당한 공통점이 있다.
판사는 법률을 토대로 각 상황에 대한 논리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이는 수학의 논증과 유사하다.
또한 수학에서 이미 증명된 명제를 이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판사도 이전 판례를 적절히 활용한다.
이런 특성 때문인지 수학사를 보면 법률가와 수학자를 넘나든 인물이 적지 않다.
17세기 프랑스 수학자 페르마와 19세기 영국 수학자 케일리가 이에 해당한다.
판사였던 페르마는 350년 동안 미해결 문제로 남아 있다가
1995년 해결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제안한 수학자로 유명하다.
케일리는 수학을 전공했지만 수학과 관련된 일자리를 얻지 못했고
수학을 공부하기 위한 방편으로 14년 동안 변호사로 일하다가 마침내 수학교수가 되었다.
흔히 수학은 과학기술 발전에 초석이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하지만,
이것만이 수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라면 극소수의 수학 영재들로 충분하다.
일반 학생들이 수학을 학습해야 하는 이유는
수학을 통해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능력을 기르고,
처음에 약속한 정의와 공리 그리고 이미 공인된 명제들에만 기초해
사고를 전개하는 `원칙에 충실함`을 배우는 데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