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녘 동이트고 붉은 햇살이 온 세상을 밝혀 온다. 어둠속 모든 생물들이 기지개를 펴고 저마다 부지런을 떨며 먹이감을 구하듯 난 오늘 이 하루를 위해 처절하고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한다.
그 누군가를 위한 희망의 날개를 달고 금빛 찬란한 트라이애슬론 완주 메달을 두 손에 꼭 쥐어야만 한다.
첫 출전의 트라이애슬론 대회 때 보다 더 긴장되고 아이언맨대회 완주보다 더 의미있는 오늘 통영트라이애슬론 대회에서 나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완주를 해야 하고 바다에서 땅에서 그리고 패달을 밟으며 뛰는 가슴을 진정 시키며 멀리서 저 멀리서 나를 향한 웃음 뛴 미소를 머금은 그분을 위해 나는 오늘 최선을 다하고 진정 내 삶의 원천이 무엇인지를 느껴야 한다.
혼자 짐을 꾸리고 대회장에 도착한다. 벌써 대회장 분위기는 수많은 선수들로 분주하다. 달리기를 하며 몸을 푸는 선수들, 바다속에 워밍업을 하며 출발을 기다리는 선수들, 또다른 한켠에선 동료들과 사진을 찍으며 여유로운 포즈로 대회 분위기를 즐기는 선수들, .각자가 오늘 하루 주어진 시간들을 의미있게 보내고 있다
지금껏 여러번의 대회를 참가할 때 마다 나는 내 자신에게 주문한다. 무사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완주할 수 있기를....오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오늘은 내 자신보다는 나에게 희망을 걸고 마음속 기도를 드린다.
푸른 하늘빛에 바다는 고요하다. 천여명의 선수들이 조금 있으면 조용한 바닷속을 전쟁터로 만들어 놓겠지, 인간 갈매기떼가 하늘을 향해 손을 내밀고 시커먼 날개짓을 퍼득이며 생존을 위해 한발 한발 다가서는 모습이 이성을 잃은 하이에나 처럼 잔인하다.

바다속에서 나는 정신없이 앞을 향해 돌진한다. 한바탕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나서야 내가 물속 한가운데서 지그재그로 유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두려움 가득한 첫 대회와는 달리 물속에서 평온을 찾는다. 아마도 기록이나 순위 따위에 신경을 쓰지 않아서일 것이다.
뒤 돌아선 바다는 아직도 전쟁중이다. 물론 물속 전쟁에서 승리한 수많은 선수들은 이미 사이클 코스로 향했고 나는 그 뒤를 따라 40km의 대 장정에 나선다. 아마도 국내 트라이애슬론대회 코스 중 이 보다도 더 험한 코스가 있을까. 대회장이 아니라 연습코스라면 정말 환상의 코스이겠지만 기록과 안전을 중요시하는 대회에서는 이런 코스는 위험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헉헉거리는 숨소리가 앞에서 뒤에서 그리고 내 왼쪽가슴에서 허파를 타고 목구멍을 통해서 내뱉는 소리가 마치 죽음에서 삶으로 넘어가는 힘겨운 저승사자의 고함소리처럼 들린다. 자신을 위해 꿈을 만들어 가는 사람, 자신보다는 타인을 위해 꿈을 가져다 주는 사람, 나는 어떤 인간일까. 지금까지 내 자신만을 위해 살아온 과거속 세월이 지나간 자전거 바퀴처럼 빠르게 질주한다.
적어도 나는 오늘만큼은 내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 꿈을 가져다 주는 사람이 되고싶다. 나는 우연히 만들어지고 우연히 존재하지 않기에 목적있는 삶과 꿈의 열매를 만들어가고 싶다. 아름다운 나의 인생, 아름다운 내면의 세계를 살지우기 위해 나는 지금 꿈의 열매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검푸른 바다빛과 녹음진 산 능선을 오르내리며 쉼 없이 패달을 돌린다. 심장의 고동소리가 인내를 시험하고 이제껏 연습한 노력의 대가를 점검해본다. 이번 대회를 대비해 연습을 게을리 하진 않았지만 연속되는 오르막에선 어쩔 수 없는 육체적 한계를 느낀다. 노력한 것 만큼 모든 사람이 다 만족한 결과를 얻을 수 없듯이 나역시 어쩔 수 없는 범인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따가운 햇살은 더욱더 기세를 부리고 나는 사이클을 마치고 마침내 달리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고질병처럼 찾아오는 복통은 이제 오래된 습관처럼 나를 괴롭히고 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복통으로 인해 뛸 수조차 없는 아픔이 내 앞길을 장벽처럼 가로막고 서 있다.
이대로 무너질 순 없는 노릇이다. 배를 움켜잡고 긴 호흡을 여러번 해 본다. 하지만 속력을 낼 수록 고통은 점점 심해져 결국 내 두 다리를 멈춰서게 하고서야 복통은 조금씩 사그라들기 시작한다. 약 500m를 달렸을까. 작년 그때 그장소, 그자리를 지날때 나는 잠깐이나마 회상에 잠겨본다.
세상은 홀로사는 것이 아니기에 차가운 눈밭을 거닐며 고독을 곱씹으며 자신을 미화하려 하는 그런 외톨박이 인생보다 서로 더불어 보듬을 수 있는 그런 작지만 아름다운 삶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어찌보면 그냥 완주하고는 장농속에 쳐박아 놓은 완주메달이 때론 삶의 희망이 되고 때론 살아가는 삶의 지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운명의 고갯길을 넘어 한걸음 한걸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노력의 땀방울을 흘릴 때 당신과 나는 영원히 이 아름다운 산하를 달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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